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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CBDC 시대를 대비하며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41153121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도입되면 조폐공사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것 아니야? 주위에서 공사의 미래를 많이 걱정한다. 그러나 나의 대답은 “조폐공사의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디지털 화폐로, 분산원장 방식을 적용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여러 개의 서버에 거래 정보를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거래 조작이 불가능하고, 금융거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 자산과 비교해 가치 변동성이 낮고, 자금세탁 등 불법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CBDC를 도입한 주요국은 없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을 포함한 100여 개 국가에서 CBDC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도 2020년 전담 조직을 구성해 CBDC 연구를 시작했고, 조만간 BIS 및 6개국 중앙은행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CBDC 생태계는 한국은행과 금융회사가 거래하는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와 금융회사와 국민 간의 ‘토큰화한 예금’이라는 두 계층 구조가 될 전망인데, 조폐공사는 후자에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10여 년 전부터 디지털 부문에서도 위·변조 방지 기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해 왔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와 지역사랑상품권 서비스인 착(chak) 지급결제망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공사의 지급결제망은 CBDC 체계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국민은 CBDC를 도입할 경우 모든 거래가 기록돼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CBDC를 도입하더라도 현금 통화가 일정량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조폐공사는 디지털화폐만 쓰이는 세상에 대비해 정전 등 비상 상황 시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고, 네트워크 연결이 없어도 작동하는 디지털화폐 지갑인 콜드월렛(cold wallet)을 중점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조폐공사는 제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으로의 사업 전환을 통해 CBDC에서도 디지털 조폐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한국은행과 긴밀히 협력해 CBDC 생태계 구축에 역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공사는 화폐 수요 감소에 대응해 제조업에서 ICT 전문기업, 문화기업(기념 메달, 불리온 메달, 예술형 주화 제조 등), 수출기업(면 펄프, 특수잉크, 안료 등 수출)으로 사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사업 전환은 국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조폐기관에도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 한국조폐공사 2024-04-18
- [한경에세이] 실패해줘서 고마워요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40408911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실패가 싫다. 그러나 그동안 화폐 수요 감소에 대응해 신사업을 발굴하려고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해준 선배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유명 프로듀서 릭 루빈은 “실패는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라고 했는데, 한국조폐공사는 앞선 실패에서 사업 전환의 길을 찾을 것이다. 첫 번째는 수출기업으로의 전환이다. 과거 은행권과 주화를 중심으로 페루 등 16개국에 연간 4100만달러까지 수출(2013년 기준)하는 등 성과가 있었으나, 제품의 부가가치가 낮은 탓에 적자를 봐 사업을 접은 적이 있다. 앞선 경험을 거울삼아 우즈베키스탄 자회사에서 현지 생산하는 면 펄프와 국내에서 제조하는 특수잉크, 안료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발굴하고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 등 해외로 최첨단 모바일 신분증 수출을 확대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이다. 실물 화폐와 신분증 제조에서 확보한 위·변조 방지 기술이 디지털 보안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수년 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적으로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전국 81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랑 상품권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으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나지 않고 시장마저 정체되는 한계를 맞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전문 인력 등 ICT 기반을 바탕으로 지역사랑 상품권을 정책 수당 지급 채널로 발전시키고, 물가 안정에 기여한 착한가게에 할인율 우대 등 정책 수요와 연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랑 상품권과 전통시장 중심의 온누리 상품권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임으로써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서도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은 문화기업으로의 전환이다. 주화와 훈장 제조 기술을 활용해 과감히 추진한 귀금속 소재의 불리온 메달 사업에서는 무리한 사업 확장과 관리 부실 때문에 큰 손실이 났고, 침체했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디자인과 제조 경험, 글로벌 유통 채널 확보라는 자산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K예술형 주화(국가 상징물을 금, 은 등 귀금속 소재로 발행하는 법정 주화) 사업을 역점을 두어 준비 중이다. 실패는 성공의 기반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가 있었기에 조폐공사는 제조기업에서 수출기업, ICT 전문기업, 문화기업으로의 전환을 야심 차게 진행할 수 있다. 나 또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실패할 준비가 돼 있다. 도전하는 조폐공사를 만들기 위해 1300여 임직원 한 분 한 분과 소통하는 마음으로 노력할 것이다. 두려움 없는 문화가 꽃처럼 피어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 한국조폐공사 2024-04-18
- [한경에세이] 바쁘다 바빠, 여권 이야기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2841651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해외여행을 하는 모든 국민이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여권이다. 한 나라의 여권 파워는 국력을 상징하는데, 우리나라는 공동 세계 2위(올해 헨리여권지수 기준)로 전 세계 193개국을 무비자 혹은 도착 비자로 방문할 수 있다. 이런 여권을 만드는 곳이 바로 한국조폐공사다. 현재 여권은 2021년 12월 도입된 차세대 전자여권이다. 보안성과 내구성이 강화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개인정보면을 적용했고, 디자인에 우리 문화유산을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최신 보안기술을 적용했다. 조폐공사의 여권 공급 능력은 1년에 약 500만 권 정도인데, 코로나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치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여권 발급량이 급감하며 막대한 유휴 인력과 장비가 발생해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여권 발급량은 465만 권이었는데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는 104만 권, 2021년 67만 권으로 급감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여권 신청량이 급증해 또 한 번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 288만 권이던 여권 신청량이 2023년에는 공급능력을 크게 초과하는 624만 권을 기록했고, 올해 여권 신청량도 작년과 비슷할 전망이다. 조폐공사는 폭증하는 여권 신청량에도 불구하고 기한 내 여권을 제공하기 위해 전사적인 비상 대응 체계를 구축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신분증을 생산하는 대전 ID본부 근로자 중 여권 발급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선별해 여권부서에 추가 배치하고, 주 52시간 내에서 연장근로를 최대한 활용해 우선 급한 불을 껐다. 다음으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았다. 충남 부여에 있는 제지본부의 생산인력을 ID본부에 급히 파견해 휴일 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야 지체되던 발급 기간이 정상화됐다.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협조해준 노조에 감사한다. 이 모든 노력 덕분에 여권 수요 급증에 따른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쉼 없이 달려온 ‘바쁘다, 바빠’ 생산 과정이었지만 문제가 해결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조폐공사는 국가 경제의 근간인 화폐와 신분증을 제조하는 공기업이다. 안정적 공급에 한 치의 오차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책임감은 대한민국 공공기관 중 1등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이런 자부심이 최근 여권 수요 폭증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 대한민국 여권은 신청이 용이하고 발급이 신속하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여권을 지니고 해외여행을 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경제- 한국조폐공사 2024-04-18
- [한경에세이] 해외 예술형 주화에 대한 찬사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2175591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세계 각국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신산업 발굴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등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분야를 개척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다른 나라들은 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도 미비, 규제 등으로 못하고 있는 분야를 산업화하는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 사례가 ‘예술형 주화’(국가 상징물을 금·은 등 귀금속 소재로 발행하는 법정 주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디지털화로 유통 주화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요국은 자국의 문화적 강점을 부각하는 예술형 주화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이들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문화 홍보와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이다. 예술형 주화는 국가의 고유한 역사 및 예술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 미국은 국조인 독수리로 힘 자유 지혜를 상징하고, 진취와 자유의 국가적 이념을 ‘자유의 여신’으로 함축하고 있다. 중국은 판다를 통해 우호와 화합을 시각화하고, 베이징의 천단(고대 제사용 건축물)을 소재로 유구한 역사를 부각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자연환경의 장점과 다민족의 화합 등 국가 이념을 단풍잎에 함축(캐나다)하거나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시각화(오스트리아)해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미세문자와 잠상(숨은그림), 디지털 암호 등 위·변조 방지 보안기술을 적용해 기술력도 자랑한다. 예술형 주화를 통해 국가 핵심 가치와 문화 홍보라는 의미를 발견하고 전달하려는 노력에 찬사와 경의를 보내고 싶다. 우리도 외국 이상으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유구한 역사와 세계가 주목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있다. 거북선, 태권도, 호랑이, 한글처럼 친숙한 상징물과 문화유산이 있다. 지금의 K팝과 K드라마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가치다. 여기엔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적 다채로움이 녹아 있다. 예술형 주화에 반영할 대표 주제의 선택지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적 가치가 담겨있고 세계가 공감하는 상징물을 무엇으로 선정할지 고민도 된다. 국민 의견을 모아 스토리를 찾고 국내외 공모를 통해 주제를 선정하는 행복한 미래를 생각해 본다. 참여한 국민과 해외 동포들은 감동과 자부심을 얻고, 수출된 예술형 주화는 우리의 자랑스러움을 빛내는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다. 조폐공사는 70년 이상 국내외에 주화를 공급해온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화폐 보안기술 역량이 있고, 뛰어난 품질 경쟁력까지 갖췄다. 이같이 특별한 우리의 K-예술형 주화는 기술과 문화가 조화롭게 융합된 매력으로 세계에 다가설 것이라고 자신한다. 한국경제 한국조폐공사 2024-04-18
- [한경에세이] 사장님 혼자 가셔야겠습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1411271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한국조폐공사는 화폐 수요 감소에 대응해 정보통신기술(ICT)기업과 문화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해외에서 발행하는 예술형 주화(액면금액이 표시된 법정 주화로 국가 상징물을 소재로 금·은 등 귀금속으로 발행)를 우리도 도입하면 부가가치 창출과 국가 위상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확신하고, 전문가 세미나 개최와 연구용역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화폐박람회(WMF) 참석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주요 해외 발행국과의 협력 차 지난 2월 1일 출장길에 올랐다. 출국 직전 수행직원은 독일 공항이 파업 중이고 현지 국내선은 운항하지 않는다고 황급히 보고했다. 목적지인 베를린은 직항편이 없어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야 했는데, 모든 항공편이 취소된 상황이었다. 영국 런던을 거치는 비행 편에 자리가 있어 안심하는 순간, 수행직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장님, 혼자 가셔야겠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동행하는 직원들은 런던을 경유하는 티켓을 확보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같은 비행기의 내 좌석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각자 따로 출국해 베를린에서 만나는 방법뿐이었다. 당황한 직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 뒤 부담 주지 않으려고 곧바로 혼자서 출국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홀로 암스테르담을 경유했고, 직원들과 출장지에서 무사히 만났다.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높은 직책은 결정 권한이 많아진다는 의미이지 대접받는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공기업 사장은 실리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장 중에도 공식 일정만 직원과 함께했고 출장 보고서도 다 같이 모여 한번에 작성하도록 했다. 조폐공사가 ICT기업, 문화기업으로 변혁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정착해야 하고, 빠르게 일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사장인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실리를 추구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대세인데 한국은 의전문화가 변화를 늦추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나는 보고하는 방식도 조직 전반에 유연성과 효율성을 주는 방식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단계를 밟는 보고보다는 때론 자료 없이 구두나 문자로 하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이다. 직원들은 이런 행보를 ‘탈권위’ ‘혁신’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실용성’의 원칙이라고 말하고 싶다.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면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의사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 지속해서 실용성을 확대하면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하던 공기업의 사업전환 성공과 경쟁력 강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 한국조폐공사 2024-04-18